[칼럼][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화성은 지구의 과거로 여행하는 타임머신

이기욱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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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화성은 지구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태양계 이웃 행성으로 중요한 과학연구의 대상이다. 유서 깊은 영국지질학회의 학술지 2022년 6월호에 흥미로운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스탠퍼드대학 라포트르 교수와 동료들이 함께 발표한 ‘선캄브리아 시대 지구로 가는 타임머신인 화성’이라는 논문이 그것이다.

지구에 본격적인 생명체가 발생한 지질시대가 고생대 캄브리아기로 5억3800만년 전이 그 시작점이다. 선캄브리아 시대는 지구탄생 45억6000만년부터 캄브리아기가 시작되기 이전으로 원시 생명체만이 살고 있었던 아주 오래전의 과거다. 선캄브리아 시대 암석은 우리나라에도 경기도 강원도 등 여러 지역에 분포하며 지구 전체 표면의 약 30%를 차지한다.

반면 화성은 무려 90% 이상의 지표 암석이 선캄브리아 시대에 생성되었고 당시의 기록이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다. 이에 라포트르 교수는 판구조 활동과 고등생명체가 없는 화성의 현재 모습을 통해 수십억년 전 지구를 유추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화성과 지구의 환경을 비교하여 지구의 과거와 현재를 더욱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삽화 김기명>

화성에서 시추한 암석 2032년 가져올 계획

화성에 대한 과학연구는 대략 세가지 방법으로 수행된다. 첫째는 화성 운석을 연구하는 것이다. 국제운석학회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된 7만6000여개의 운석 중 390개가 화성 암석이 충격으로 떨어져나와 지구로 날아온 화성 운석이다. 이 운석이 간직하고 있는 광물 및 동위원소 성분 연구로 과학자들은 화성의 역사와 과거 환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극에서 발견된 ALH84001 운석은 1996년 “생명활동의 증거인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발표로 인해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이를 언급했을 정도로 매우 유명하다.

두번째 방법은 화성 상공에 인공위성을 보내 화성을 연구하는 방법이다. 1971년 5월 소련과 미국이 거의 동시에 화성 궤도선을 보낸 이후 유럽연합(EU) 인도 아랍에미레이트 중국의 탐사선 16대가 화성의 많은 정보를 전송해왔다. 화성 궤도선은 가시광선 자외선 적외선 검출기를 이용해 화성의 지형, 암석과 광물 분포, 자기장의 세기, 대기의 성분 등을 조사했다. 구글 지도 서비스가 무료로 화성 지형을 선명하게 제공하고 있는 것도 모두 화성 궤도선 덕택이다.

마지막은 화성표면에 무인 탐사선과 로버를 보내는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소련 미국 EU 중국이 스무번 이상 착륙선과 로버를 화성에 보냈는데 그중 절반만 화성 탐사에 성공했다.

특히 미국항공우주국의 무인 탐사의 성과는 매우 주목할 만하다. 2020년 화성의 제제로 분화구에 착륙시킨 퍼시비어런스 탐사선은 소형자동차 정도의 크기로 23대의 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용해 선명한 사진을 생생하게 전달했는데 화성 지층에 삼각주 사층리 부정합 등 물에 의한 퇴적작용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를 찾아냈다. 또한 화성대기를 이용해 122g의 산소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화성 헬리콥터 실험은 72번 비행에 총 128분 동안 17km를 날아다녔다.

퍼시비어런스의 가장 큰 성취는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외 행성에서 암석 시추에 성공한 것이다. 3년 동안 28km를 이동하며 스물다섯개의 화성 암석을 5cm 길이의 원통형 시료로 시추했다. 모두 38개의 암석을 채취한 뒤 2032년 이후 미국항공우주국과 유럽우주국이 함께 새로운 우주선을 보내 시추 시료를 지구로 가져온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의 과학자들은 10여년 뒤에 돌아올 화성 시료의 정밀 분석연구를 위해 이미 다양한 모의실험을 하며 활발한 예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화성 시료에 전자현미경 이미지와 미량 동위원소 연구 등 첨단 연구장비 인프라를 활용한 과학기술을 총동원해 정밀한 분석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시추 시료는 퍼시비어런스라는 타임머신이 지구의 인류에게 보내는 화성과 지구의 과거의 비밀이 담긴 소중한 타임캡슐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2035년 화성궤도선 보낸다

2022년 발표한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2035년 화성궤도선, 2045년 화성 착륙선을 통해 화성을 탐사한다는 일정이 있다. 다소 뒤늦기는 했으나 화성과 관련된 기존 연구 결과를 활용해 임무와 목표를 잘 수립하고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인류는 화성과 지구의 과거와 현재를 선명히 이해하고 지구의 미래를 현명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욱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지질학)

내일신문과 ESC가 함께 과학칼럼 코너를 신설해 2023년 새해부터 매주 화요일 '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갑니다. ESC 회원 과학자 칼럼니스트들의 맛깔난 '우리를 둘러싼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사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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