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의 매력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전기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싸다는 거지요. 두 번째는 전기 생산량 조절이 다른 발전 방식에 비해 쉽다는 겁니다. 즉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면 발전량을 늘리고 반대로 사용량이 줄어들면 발전량을 줄이기가 쉽습니다.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은 이 두 가지가 모두 단점입니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화석연료에 비해 비싸고 전기 생산량 조절이 자체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요 몇 년 사이 풍력 발전이 화력발전과 전기 생산 단가면에서 대등한 경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에서는 민간 발전회사가 정부에 전기 공급 계약을 맺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발전의 경우 화력 발전에 비해 인센티브를 받았죠. 그런데 이제 이런 인센티브 없이도 원가 경쟁을 해서 계약을 따냅니다. 원래 재생에너지는 연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없으니 이 점은 원가 경쟁에서 큰 장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요. 하지만 초기 설치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서 원가 경쟁이 힘들었지요.
하지만 뭐든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면 단가가 떨어지게 되는 법이지요. 풍력발전기 제작 및 설치비용도 마찬가지로 생산량이 늘다보니 비용이 줄어들었습니다. 좀 더 복잡한 셈법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이제 풍력은 원가 경쟁력이 있는 재생에너지가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태양광 발전도 연료가 들어가지 않으니 태양광 패널 제작 및 설치비용만 줄어들면 당연히 비용측면에서 경쟁이 가능해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광 발전은 2030년 정도면 현재보다 약 30% 비용이 낮아질 거라고 합니다. 태양광도 경쟁이 된다는 이야기지요.
여기에 요사이는 균등화발전원가(LCOE)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이는 발전 설비를 설치해서 운영하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고려한 것이죠. 여기에는 사회적 비용과 탄소 배출에 따른 비용도 추가됩니다. 이를 따져보면 아래 그림처럼 태양광과 풍력이 비용이 가장 쌉니다.
@ Lazard. https://en.wikipedia.org/wiki/Levelized_cost_of_electricity
물론 이는 전 세계 평균을 뜻하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 화력이 더 싼 건 사실이죠. 그래도 화력은 단가가 낮아지지 않는데 재생에너지는 낮아지니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적 관점에서만 봐도 재생에너지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생산 비용만 따졌을 때 그렇습니다. 재생에너지의 단점 중 하나가 발전량 조절이 되질 않는 거였죠. 그래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하나는 송배전망을 분산전원 시스템에 기초해 새로 구성하는 것이죠. 물론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 30조원 정도가 들어갈 거라고 하지요.
그리고 전기 에너지 저장 장치가 필요합니다. 많이 생산할 때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자는 거지요. 이 전기 에너지 저장 장치는 단기용과 장기용 두 가지가 있습니다. 단기용은 몇 시간에서 며칠 정도의 저장 기능을 하는 것이고 장기용은 계절적 변화에 대비하는 거지요. 단기용으로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는 ESS(Energe Storage System)이 주로 사용됩니다.
휴대폰 배터리랑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냥 규모가 아주 클 뿐이지요. 다른 장치에 비해 설치비용과 유지 관리 비용이 싼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용으로 사용하기는 힘듭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이 며칠 사용하지 않으면 지가 알아서 방전되는 것처럼 ESS도 방전이 저절로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장기 저장용으로는 수소나 암모니아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남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수소나 암모니아로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 쓰자는 거지요. 그런데 이런 저장 장치를 만들고 또 유지하는 것 또한 비용이지요. 그리고 전기를 저장했다가 다시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분도 있습니다.
결국 스마트 그리드도 저장장치도 모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이를 반영해서 생각하면 결국 재생에너지는 화력발전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비싸다고 재생에너지를 쓰지 말자는 건 아니지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볼 수밖에요.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또 고민해볼 부분도 있습니다. 송배전망의 재구축과 저장장치의 확보에 드는 비용은 현재 한전과 발전 자회사가 많은 부분을 부담하고 정부가 일정 부분 보조하는 형태입니다. 결국 전기 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한전 적자폭이 너무 크다는 뉴스가 나왔지요. 한전은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회사에서 생산한 전력을 사서 소비자에게 공급합니다. 그런데 판매가격은 별 변화가 없는데 구매 비용은 커지니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재생에너지 때문만은 아니지요. 그래도 이런 적자 구조에서 계속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나올 구멍이 필요한 법이지요. 결국은 전기 요금이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전기 요금 인상은 늘 그렇듯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부담이 됩니다. 한 달에 500만원 버는 이들이야 10만 원 내던 전기 요금을 12만 원 낸다고 큰 부담이 되질 않겠지만, 한 달 100만 원 버는 이들이 5만원 내던 전기 요금을 6만원 내는 건 부담이 큰 거지요. 거기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자연스레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또한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가지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감당할 수밖에 없는 부담이긴 하지만 그 고통이 가난한 이들에게 집중된다면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해결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소득에 따라 전기 요금을 차등 책정한다든지 아니면 현재 지급하고 있는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한다든지 하는 방법이 있겠지요. 물론 이에 따른 비용은 정부가 예산을 통해 확보해야겠습니다만.
출처: '녹색성장 말고 기후정의' (박재용 저 | 뿌리와이파리) 내용 중
| 작성자: 박재용 (전업 작가, ESC 지구환경에너지위원회 부위원장) 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곳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으로는 '불평등한 선진국',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과학 VS 과학' 등 20여 종이 있습니다. |
#기후위기이야기 #기후위기_기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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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의 매력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전기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싸다는 거지요. 두 번째는 전기 생산량 조절이 다른 발전 방식에 비해 쉽다는 겁니다. 즉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면 발전량을 늘리고 반대로 사용량이 줄어들면 발전량을 줄이기가 쉽습니다.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은 이 두 가지가 모두 단점입니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화석연료에 비해 비싸고 전기 생산량 조절이 자체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요 몇 년 사이 풍력 발전이 화력발전과 전기 생산 단가면에서 대등한 경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에서는 민간 발전회사가 정부에 전기 공급 계약을 맺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발전의 경우 화력 발전에 비해 인센티브를 받았죠. 그런데 이제 이런 인센티브 없이도 원가 경쟁을 해서 계약을 따냅니다. 원래 재생에너지는 연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없으니 이 점은 원가 경쟁에서 큰 장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요. 하지만 초기 설치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서 원가 경쟁이 힘들었지요.
하지만 뭐든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면 단가가 떨어지게 되는 법이지요. 풍력발전기 제작 및 설치비용도 마찬가지로 생산량이 늘다보니 비용이 줄어들었습니다. 좀 더 복잡한 셈법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이제 풍력은 원가 경쟁력이 있는 재생에너지가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태양광 발전도 연료가 들어가지 않으니 태양광 패널 제작 및 설치비용만 줄어들면 당연히 비용측면에서 경쟁이 가능해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광 발전은 2030년 정도면 현재보다 약 30% 비용이 낮아질 거라고 합니다. 태양광도 경쟁이 된다는 이야기지요.
여기에 요사이는 균등화발전원가(LCOE)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이는 발전 설비를 설치해서 운영하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고려한 것이죠. 여기에는 사회적 비용과 탄소 배출에 따른 비용도 추가됩니다. 이를 따져보면 아래 그림처럼 태양광과 풍력이 비용이 가장 쌉니다.
@ Lazard. https://en.wikipedia.org/wiki/Levelized_cost_of_electricity
물론 이는 전 세계 평균을 뜻하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 화력이 더 싼 건 사실이죠. 그래도 화력은 단가가 낮아지지 않는데 재생에너지는 낮아지니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적 관점에서만 봐도 재생에너지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생산 비용만 따졌을 때 그렇습니다. 재생에너지의 단점 중 하나가 발전량 조절이 되질 않는 거였죠. 그래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하나는 송배전망을 분산전원 시스템에 기초해 새로 구성하는 것이죠. 물론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 30조원 정도가 들어갈 거라고 하지요.
그리고 전기 에너지 저장 장치가 필요합니다. 많이 생산할 때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자는 거지요. 이 전기 에너지 저장 장치는 단기용과 장기용 두 가지가 있습니다. 단기용은 몇 시간에서 며칠 정도의 저장 기능을 하는 것이고 장기용은 계절적 변화에 대비하는 거지요. 단기용으로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는 ESS(Energe Storage System)이 주로 사용됩니다.
휴대폰 배터리랑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냥 규모가 아주 클 뿐이지요. 다른 장치에 비해 설치비용과 유지 관리 비용이 싼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용으로 사용하기는 힘듭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이 며칠 사용하지 않으면 지가 알아서 방전되는 것처럼 ESS도 방전이 저절로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장기 저장용으로는 수소나 암모니아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남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수소나 암모니아로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 쓰자는 거지요. 그런데 이런 저장 장치를 만들고 또 유지하는 것 또한 비용이지요. 그리고 전기를 저장했다가 다시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분도 있습니다.
결국 스마트 그리드도 저장장치도 모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이를 반영해서 생각하면 결국 재생에너지는 화력발전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비싸다고 재생에너지를 쓰지 말자는 건 아니지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볼 수밖에요.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또 고민해볼 부분도 있습니다. 송배전망의 재구축과 저장장치의 확보에 드는 비용은 현재 한전과 발전 자회사가 많은 부분을 부담하고 정부가 일정 부분 보조하는 형태입니다. 결국 전기 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한전 적자폭이 너무 크다는 뉴스가 나왔지요. 한전은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회사에서 생산한 전력을 사서 소비자에게 공급합니다. 그런데 판매가격은 별 변화가 없는데 구매 비용은 커지니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재생에너지 때문만은 아니지요. 그래도 이런 적자 구조에서 계속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나올 구멍이 필요한 법이지요. 결국은 전기 요금이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전기 요금 인상은 늘 그렇듯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부담이 됩니다. 한 달에 500만원 버는 이들이야 10만 원 내던 전기 요금을 12만 원 낸다고 큰 부담이 되질 않겠지만, 한 달 100만 원 버는 이들이 5만원 내던 전기 요금을 6만원 내는 건 부담이 큰 거지요. 거기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자연스레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또한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가지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감당할 수밖에 없는 부담이긴 하지만 그 고통이 가난한 이들에게 집중된다면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해결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소득에 따라 전기 요금을 차등 책정한다든지 아니면 현재 지급하고 있는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한다든지 하는 방법이 있겠지요. 물론 이에 따른 비용은 정부가 예산을 통해 확보해야겠습니다만.
출처: '녹색성장 말고 기후정의' (박재용 저 | 뿌리와이파리) 내용 중
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곳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으로는 '불평등한 선진국',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과학 VS 과학' 등 20여 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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