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아직은 유일한 생명의 행성, 지구

김기상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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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 김기명

[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아직은 유일한 생명의 행성, 지구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대부분의 도시가 물에 잠겨버린 2135년, 인류는 지구를 떠나 지구와 달 사이에 '셸터'를 만들어 이주했다. 이중 몇몇 셸터들이 자치를 선언하며 전쟁을 일으켰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한 최고의 전투 AI 로봇이 완성을 앞두고 있다. 설 연휴 직전 공개된 강수연 배우의 유작 영화 '정이'의 내용이다.


'정이'처럼 지구 멸망 이후, 엄밀히 말해 인류가 지구에서 더 이상 살기 어려워진 상황을 다룬 이른바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들이 꾸준히 나온다. 인터스텔라(2014)는 기후변화로 식량을 생산할 수 없게 된 지구, 월 E(2008)는 쓰레기로 가득 찬 지구, 매드맥스(2015)는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를 그렸다. 인류는 스스로 지구를 망치고, 새롭게 살아가기 위한 또 다른 지구를 찾는다.


인류는 오랜 옛날부터 우주에도 다른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믿었다. 과학자들은 생명 거주 가능 영역, 골디락스 행성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생명 거주 가능 영역은 태양, 즉 항성과의 거리가 적당해서 행성 표면에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구간을 의미한다. 이 구간 안에 있는 행성을 골디락스 행성이라고 부른다. 골디락스 행성이라고 해서 모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액체 상태의 물 뿐 아니라 지표온도를 적당하게 유지하고 자외선을 차단해줄 수 있는 대기도 있어야 한다. 우주의 방사능을 막아줄 자기장도 필요하다.


과학기술 발달로 활발해진 외계 행성 찾기


로켓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학자들은 적극적으로 외계 행성 찾기를 시작했다. 외계 행성은 주로 통과측광법으로 불리는, 행성이 항성 주위 궤도를 돌면서 그 앞을 지나갈 때 미세하게 감소하는 빛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찾아낸다. 200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쏘아 올린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대표적이다.


2018년부터는 테스 우주 망원경이 뒤를 이어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주 망원경이 관측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면 과학자들은 외계 행성이 맞는지, 생명이 살 수 있는지를 분석한다. 수만개의 후보군 중에 이렇게 해서 찾아낸 외계 행성만 5000개가 넘는다.


글리제 581g, 케플러-452b, 트라피스트-1e 등 몇몇 행성이 골디락스 행성일 것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추가 연구 결과 지구의 달처럼 공전과 자전의 주기가 일치해 한쪽은 계속 낮이고 한쪽은 계속 밤인 상태가 지속되는 조석 고정 현상을 보이거나 항성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생명체가 존재하기 어려울 것으로 드러나며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게 했다.


2년 전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작년 11월 WASP-39b라는 가스 행성 대기에서 물 칼륨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나트륨 등 지구 대기와 유사한 성분들을 검출해 내며 외계 행성 대기 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 최근에는 새로운 외계 행성도 발견했다. LHS 475b로 이름 지어진 이 행성은 지구에서 41광년 떨어져 있고 지름이 지구의 99%로 거의 비슷하다. 지구에 비해 수백℃ 더 뜨겁기는 하지만 대기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NASA는 1월 10일에도 테스 우주 망원경이 지구 크기 외계 행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10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지구 크기 95%의 TOI 700e는 지구와 유사한 암석 행성이고 지구보다 약간 더 따뜻하며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발전하는 우주 망원경 덕에 우리는 이제 외계 행성 발견 소식을 하루가 멀다하고 듣는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트라피스트-1e나 LHS 475b도 최소 40광년, 다시 말해 빛의 속도로 40년을 달려가야 하는 거리에 있다. 우리가 찾아 가는 방법을 찾는 것은 둘째고, 전파로 소식을 보내더라도 연락을 보내고 받는 데에만 80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지구 대체 가능성 찾기보다 지구에 관심을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를 얘기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만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인류의 지구 밖 이주는 최소한 다음 세대까지도 불가능한 희망일 것이다. 게다가 외계행성을 찾아간들 그 행성 원주민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보다 아직까지는 유일한 생명의 행성 지구를, 당장 우리가 지켜야 할 지구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현실적이다.


*외계 행성의 이름은 항성으로부터 가까운 순서대로 항성 이름-알파벳으로 명명한다. 글리제 581g는 항성 글리제의 581의 7번째 행성이다.


김기상 (국립어린이과학관, 지구과학)


내일신문과 ESC가 함께 과학칼럼 코너를 신설해 2023년 새해부터 매주 화요일 '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갑니다. ESC 회원 과학자 칼럼니스트들의 맛깔난 '우리를 둘러싼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사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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