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지구의 나이는 45억 6732만살?

이기욱
2024-07-09


1969년 2월 8일 새벽 1시 5분. 멕시코 북서쪽 아옌데 지역에 갑자기 별똥별이 쏟아져 내렸다. 목격자들은 밤하늘에 마치 소나기 내리듯 수많은 불꽃을 관찰했는데 수십km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에서 수많은 운석 조각이 발견되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아옌데 운석이다.

아옌데 운석은 총 중량 5톤에 이를 정도로 많은 양이 발견되어 과학연구에 이미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운석은 탄소가 많이 포함된 CV 콘드라이트 운석이며 화성보다는 목성 궤도에 가까운 외부 소행성대에서 날아왔다. 특히 태양계 초기환경을 기억하고 있는 작은 암석구슬(고칼슘-알루미늄 포획물)을 다량으로 가지고 있어 지구와 태양계를 탐구하는 학자들에게는 매우 귀중한 연구대상이다.


< 삽화 김기명 > 


2012년 덴마크의 연구진은 이 암석구슬을 분석해 태양계의 나이는 45억6732만년이라고 발표했다. 이 아옌데 운석은 C-형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와 태양계를 떠돌다가 55년전 멕시코에 착륙했는데, 연대 측정학자들은 이 운석에서 포함된 태양계와 지구의 나이를 알아낼 결정적인 증거를 찾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운석으로 태양계의 나이를 추정하는 것일까. 먼저 가까운 지구에서 관찰되는 암석의 나이를 살펴보자. 지질학자들은 지구의 곳곳을 여행하면서 암석과 광물을 조사하며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현재까지 알려진 최고령 어르신 암석은 캐나다 북쪽 디스커버리 섬에서 발견된 40억3100만년 된 아카스타 편마암이다. 현재 기준으로 알려진 지구의 나이보다는 5억년 이상 젊은 연대다.

지구표면 암석으로는 지구나이 알 수 없어

과학자들은 진즉부터 지표의 암석과 광물로는 지구의 나이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구에서는 화산 지진 마그마 변성 변형 등의 생생한 지질활동에 의해 지금 이 순간에도 광물이 새로 태어나고 있고 오래된 암석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구는 너무나 활발하게 살아있는 행성이어서 역설적으로 스스로 태어났을 당시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구에게는 쌍둥이 형제자매가 아주 많아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행성들과 태양이 거의 동시에 태어났다. 태양계는 처음에 아주 뜨거운 기체로 이루어진 원반구름 모양이었는데 온도가 점점 낮아지면서 고체 조각이 생기기 시작했고, 여러 조각이 중력과 충돌에 의해 합쳐지면서 지금처럼 커다란 행성 위성 운석 혜성이 궤도를 가지며 움직이는 모습이 되었다.

태양계의 초기 환경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그중에서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약 1억7000만개의 작은 소행성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소행성은 작은 크기 덕분에 태어나자마자 온도가 낮아졌는데, 덕분에 소행성의 구성 광물들은 자신들의 탄생 환경과 나이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 이 소행성 조각의 일부가 지구로 날아와 대기권으로 들어오면 기체와 부딪히면서 열이 나고 우리에게는 별똥별로 보인다. 작은 별똥별은 공기와의 마찰로 타버리지만 큰 별통별은 일부가 돌조각으로 지상으로 낙하하고 이것이 태양계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운석이 되는 것이다.

멕시코 아옌데 운석에 포함된 아주 작은 크기의 태양계 최초의 고체물질을 정밀하게 분석해 곧 태양계와 지구의 나이의 출발선을 확인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엄청난 예산을 투자해 세 차례나 소행성 탐사선을 보내 표면의 암석을 지구로 가져온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우주행성물질 분석할 연구기반 마련해야

돌조각의 나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모든 암석은 여러 종류의 광물로 구성되어 있고 각 광물은 수십 종류의 원소성분으로 만들어진다. 이 원소 중에는 스스로 상태가 불안정해서 반감기에 따라 다른 종류의 원소로 변하는 동위원소가 있다. 우라늄-238이라는 원소는 44억7000만년이 지나면 절반으로 줄어들고 그만큼 납-206 동위원소가 새로 생긴다. 이 원리를 이용해 아옌데 운석의 나이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고분해능 이차이온질량분석기, 열이온화 질량분석기 등 우라늄-납 동위원소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첨단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우주항공청 개청을 통해 본격적인 우주탐사가 시작되는 이 시기에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우주행성물질 정밀분석을 연구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인류가 아직 풀지 못한 지구에 대한 근원적 의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은 우주물질 분석에 있기 때문이다.


이기욱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지질학)

내일신문과 ESC가 함께 과학칼럼 코너를 신설해 2023년 새해부터 매주 화요일 '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갑니다. ESC 회원 과학자 칼럼니스트들의 맛깔난 '우리를 둘러싼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사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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