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후기]시민이 전하는 '국가 R&D 삭감, 붕괴하는 연구현장' 심포지엄 후기

신새벽
2023-11-29


ESC 회원 신새벽


안녕하세요! ‘국가 R&D 삭감, 붕괴하는 연구현장’ 행사 후기를 전하러 온 새벽입니다. 바로 지난 토요일이었죠. 뜨거웠던 현장 이야기 바로 전해드릴게요. 🔥🔥


ESC x FOSEP 공동 심포지엄을 준비 중이라고 맹미선 님에게 들었을 때 ‘아아, 대단한 일이 일어나는구나.’ 생각했어요. 미선 님이 위원장을 새로 맡게 된 정책위에 뭔가 ‘큰거 온다.’ 그것은 제가 FOSEP이라는 이름을 잘 알아듣지 못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었는데요.(앞으로 이렇게 모르는게 계속 나옵니다)(저 같은 사람을 위해 계속 설명할게요)


FOSEP은 ‘공공을 위한 과학기술인 포럼’(Forum Of Scientists and  Engineers for the  People)입니다. 전신은 ‘청년 과학기술자 모임(Young Engineers & Scientists Association; YESA)’이었는데, 2018년에 지금과 같은 이름으로 새로 태어났대요. 연구개발 예산 삭감 이슈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자고 ESC에 제안해주신 FOSEP! 어떤 단체인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FOSEP에서 출간한 책을 소개해드려요. 주말 동안 읽었는데 최고의 책. 👍 정말 유익합니다.

@ 천안함 피격 사건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까지 과학적으로 이야기하는 방법!


행사 장소는 서울 시청역 상연재 별관. 2층이었어요. 저처럼 본관 2층에 갔다온 분들도 적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행사는 10분 지나 시작했습니다…

@ 본관에 온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


1부는 사회를 맡은 미선 님의 소개와 함께 FOSEP 연구국장 이홍식 님의 첫 번째 발표로 문을 열었어요. 연구국장이라서 이런 행사가 아니면 평소에는 시간이 많다. 라는 재치있는 인사로 시작한 홍식 님.(크게 미소지은 사람) 출연연 소속으로 이번 연구개발 예산 삭감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입장이지만, 행사에 앞서 발표를 검토하면서 객관적인 이야기를 준비하고자 노력했다고도 하셨구요.


 @ FOSEP 연구국장 이홍식


첫 번째 발표의 주제는 바로 과학기술과 ‘돈’이었어요. 💸💸💸

과학기술과 돈은 관계가 깊다. 어떤가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요? 그런데 저는 이 기초 중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가는 홍식 님의 발표에 저격되었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 입장에서 ‘R&D 예산 삭감이 왜 문제일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참여했기 때문이에요. 돈이 없다면… 없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닌가?(문송합니다)


2023년 노벨과학상을 수상한 내역을 보면 공교롭게도 현대과학의 다양한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양자점 연구는 상업적 응용 가능성이 높다면, 백신 연구는 공공의 복리를 증진하는 식으로요. 또 다른 연구는 비전공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실재 그 자체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구요. 그럼 돈을 어떻게 나눠 써야 하는가? 이때 평가지표로 ‘기술성숙도’ 9단계가 있다는 것은 연구계획서를 써본 분이라면 잘 아실 거예요.


@ 세종대왕 x 장영실: 이상적인 연구팀


그렇다면 분배된 돈은 제대로 쓰이는가? 홍식 님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는 연구비가 연구자 개인 통장으로 바로 들어오기도 했었다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 하지만 지금은 연구비 사용기간 규칙, 아는 연구자들끼리 일하지 않게 하는 상피제도, 연구과제중심 운영제도(PBS) 등이 시행되고 있죠. 이쯤에서 참석자 모두가 연구개발 삭감의 원인으로 지목된 ‘카르텔’ 문제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례로 나온 한 통의 메일…


@ 이홍식 발표 내용 중


초유의 예산 삭감 타임라인을 짚어보면서 청중의 탄식을 자아낸 대목입니다. 예산안을 줄여서 제출하라는 메일이 금요일에 도착했는데, 월요일에 회신해야 했던 상황이었어요.(그리고 이어지는 반려) 연구비용 산출은 투명하게 집행되어야 하는 만큼 일괄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님에도, 절차를 무시한 졸속 추진이라고 할 만큼 단기간에 진행되었다는 것. 이 시기에 얼마나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했는지에 대해 행사 참여자의 증언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발표는 정부가 제시한 혁신 방안에 대한 반론으로 끝났습니다. 과학계 카르텔을 개방성 있게 바꿔야 한다는 방안에 대해 실효성을 따지는 것이었는데요. 거꾸로 전략과 근거가 있는 삭감이라면 협력할 수 있다는 과학자의 열린 태도를 확인할 수 있기도 했어요.


발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한 연구실에서 직접비 8000만 원이 대부분 삭감되어 내년 연구를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례입니다. 그동안 만든 설비, 쏟은 노력은 어디로 가는가…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두 번째 발표인 기초연구연합회 부회장 천승현 님으로 넘어갔습니다. 본캐는 세종대 자연과학대 교수인데 부캐로 기초연구연합회 활동을 맡고 있다는 소개가 인상적이었어요. 글쎄 기초연구연합회의 회원은 학회라고 합니다!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에서 한국조류학회까지 든든한 회원학회들이 소개되어 있는 홈페이지 먼저 보시겠습니다. http://www.bru.or.kr/


@ 기초연구연합회 부회장 천승현 


천승현 님은 경제학자들이 주로 가는 예산위에 과학자로서 참여한 경험을 들려주셨어요. 검토해야 하는 자료가 아래아한글 파일 8개로 나뉜 9000여 쪽에 달하는 문서라는 이야기에 저도 잠시 렉이 걸렸는데요. 1000개 사업에 대한 내용 중에서 직접 검토해야 하는 기초연구 분야를 보고 당황하고 불안감을 느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눈에 바로 보이지 않지만, 수치를 검토하자 그 내용은 기초사다리 붕괴였다는 사실. 그리고 이날 참여자들 모두의 뇌에 새겨진 하나의 비유가 등장하는데..


✏ 잠시 문제. 피아노 연습을 하루에 30분씩 매일 하는게 좋을까요, 일요일에 몰아서 4시간 하는게 좋을까요?(당연히 꾸준히요!) 이것은 경제성장에 따라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려가던 한국의 R&D 예산 연도별 그래프에서 급감한 구간을 이해하는 데 직관적인 비유였어요. 갑자기 줄어들었을 때 비효율이 탄생한다는 것. 천승현 님이 제시하신 다양한 시계열 자료는 과학기술연구가 여느 사람의 일이 그렇듯이 지속되어 왔으며, 급작스러운 중단은 더 큰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을 다각도로 보여줬습니다.

(앞서 첫 번째 발표에서도 인용되었던!) 기초연구연합회 제공 현행 기초연구사업 지원 구조(위쪽)와 변경되는 구조 그래프 보시지요.


 @ 천승현  발표 내용 중


쉬는 시간을 가지고 이제 대망의 2부가 되었습니다. 이홍식, 천승현 발표자와 이상근 위선희 김정우 토론자와 함께하는 질문과 대답 시간! 사회는 FOSEP 회장인 배상수 님이 맡았습니다.(시간엄수하면서도 재미있는 진행이 가능하셨다)


@ 2부 토론 (좌측부터 천승현, 이홍식, 이상근, 위선희, 김정우, 배상수) 


먼저 토론자의 논평을 들었어요. 공공연구노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지부 지부장인 이상근 님은 앞의 발표에서도 지적되었던 소통 문제를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과정으로 비판했습니다. ESC 젠더다양성위원회 위원장 위선희 님은 지난 10월 진행한 ‘국가 R&D 예산 정책 현장 연구자 인식 및 현황 설문’ 내용을 공유하며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구요. 원래 토론자의 사정으로 급 참여하게 된 ESC 학생위원회의 김정우 님은 연구에 폭 빠져 있던 연구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학생위에서 성명서를 발표한 일을 공유했습니다.



@ ESC 학생위원회 성명서 (성명서 전체 보기) 


토론을 함께한 11월 25일은 삭감안이 발표된 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시점이었어요. 각자의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고 예측하는지를 토의하면서 공통적인 반응은 혼란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표현이 지시하는 것은 과학기술의 공공성 침해에 관한 우려였어요. 점점 논의가 고조되는 가운데 역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참여자들의 자유 의견이었는데요. 일부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 “만들고 지키기 어려운 프로토콜이 붕괴되었다.”(연구사업자)
🎤 “과학기술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사회해결형 과제는 있는가?”(연구노조원)
🎤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었다.”(연구자)
🎤 “과학계는 투쟁할 수 있는가?”(시간이 많은 인문학자)
🎤 “과학계의 정책 관여 방식이 성숙되지 않았다. 더 노련해져야 한다.”(투쟁 경험자)
🎤 “교수님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어야 하지 않을까?”(대학원생)
🎤 “길게 볼 문제다.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나가야 한다.”(정치 지망생)
🎤 “공감하고 연대하게 되었다. 과학기술의 공공성을 적극 홍보해 달라.”(시민)

@ 코멘트하는 ESC 김찬현과 이강수(ESC 파이팅!)


11월 27일 월요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과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R&D 추진전략’이라는 내용은 연구현장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었지만, 예산삭감정책에 대한 피드백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따랐는데요. (관련 기사, 정부, ‘R&D 예산 삭감’ 5개월 만에 혁신방안…과학계 “추진력 의문”, 한겨례)  지금 너무 길어져버린 후기를 마치며 마지막 저의 느낀 점은… 그럼에도 소통은 가능하다였어요.


행사 현장에서, 그리고 새로운 연결이 폭발했던 ESC와 FOSEP의 뒤풀이에서 느꼈듯, 같이 모인 다양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합리적으로 이야기하려는 마음이었기 때문이죠.(ESC 브랜딩 멘토링에서 탐구하고 있는 바로 그 단어) 그럼 아직 끝나지 않은 R&D 이야기는 12월 16일 ESC 송년회에서 나누자구요!


@ 반가운 대화와 연결이 끊이지 않던 뒤풀이


#국가RnD예산정책


ESC 진행 예정 행사 (참여하면 넓어지는 과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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