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오송역 저자와 함께 떠나는 '불만의 여행' - 이상한 분기역의 비밀과 오차 수정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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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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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도시 답사 #2 ─ 불만의 여행과 관련된 도서
오송역: 이상한 분기역의 비밀과 오차 수정의 길

전현우 저  |  이김출판사  |  2023년 5월 3일


*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ESC 인턴으로서 행사에 참석한 것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담은 후기임을 밝힙니다.

2023년 5월 20일, 날씨가 아주 좋던 토요일 ❛ESC 도시 답사 #2 — 불만의 여행❜의 행사 보조를 맡게 되었다. 오송역으로 향하는 KTX에 몸과 짐을 싣고 나섰다.


사무국에서 약 한 달간 일하면서 행사를 이끌 도서 『오송역: 이상한 분기역의 비밀과 오차 수정의 길(이하 오송역)』의 저자이자 ESC 회원인 전현우 님의 철저한 준비성과 열렬한 세심함에 대해 조금 들은 바 있었다. 현우 님이 준비한 꼼꼼한 일정에 걸맞게, 나 또한 더운 날씨를 비롯해 각종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물품들을 준비하고자 했다. 마침 사단법인 아디에서 나눔한 쿨토시를 챙겨갔던 것이 참석자 전원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아디 측 덕분에 센스 있는 보조 인원이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역사 2층에 마련된 넓은 푸드코트 라운지에서 출석 인원을 확인하고 얼굴과 이름을 숙지하는 시간을 가진 뒤, 창밖을 보며 현우 님의 설명을 들으며 오송역 투어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오송역엔 경부 고속선과 호남 고속선, 화물선이 모두 다닌다. 양 고속선이 다닌다는 점에서 분기역이고, 또 충북선에서 혹은 충북선으로 갈아탈 수도 있어 환승역이기도 하다. 고속선은 여객 전용인 데 반해 충북선엔 화물 열차도 지나다닐 수 있다.





한여름 같은 날씨에 하늘이 화창했는데, 지붕 사이로 빼꼼 보이는 하얀 구름이 마치 날의 여정을 예쁘게 장식해 주겠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그 지붕들의 모양새가 조금 다른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구가 100만 단위인 도시에 이 정도 규모의 역이 세워진다고 하는데, 그에 미치지 못한 케이스는 오송역이 유일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기차가 자주 다니는 것에 비해 역사에 탑승객들이 많지 않아 한적했다. 때로는 무정차 하는 기차들이 미친 듯이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는 바람에 마음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정도였다.



한편 아래층으로 내려가 조금 더 쨍쨍한 햇빛이 나리는 충북선 승강장에서 화물선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곳으로 연결되는 계단은 조금 전 구경했던 고속선 플랫폼에 있는 것보다 더 투박했다. 같은 공간이지만 꽤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몹시도 평화로워 보였다.


역사를 나와 모두 선명한 햇빛에 감탄하며, 오송역 동측 광장에 있는 고속철도 오송역 유치기념비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현우 님이 비문을 읽어보았고, 그 옆의 다른 회원분은 만약에라도 모든 자료가 소실됐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이 비문일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대단히 먼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 접근법 자체는 나름 흥미로웠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고속철도 오송역 유치기념비


1989년 9월 정부가 경부고속철도(KTX) 노선의 충북(오송)경유는 기술적 문제와 사업비 과다 등의 이유로 불가하다고 발표하자, 충북도민들은 충격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에 민태구 충북도지사와 충북시민회(회장 정상길)를 중심으로 도민들은 경부고속철도 충북유치운동을 벌이기 시작했고, 1990년 1월 발족된 경부고속전철본선역충북권유치추진위원회(위원장 남궁윤, 2대 이상록)는 신방응·박병호 교수 등의 학술적 자문을 받아 주병덕 충북도지사와 함께 범도민운동을 본격 전개하였다.

그리고 1991년 8월, 이동호 충북도지사는 임광수 재경충북협회장이 일본·프랑스 등 선진국의 고속철도 사례를 조사.분석하여 만든 논리(경부고속철도 충북 경유 시의 곡선반경이 정부기준에 부합. 격역(격자)간 운행을 통한 속도지연문제 해소, 충북 경유 시에는 터널공사 불필요로 사업비 절감 등)를 바탕으로 이춘구.정종택.김종호 국회의원 등의 지원을 받아 충북경유노선 건설을 노태우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였다. 그 결과 1991년 9월 19일, 정부가 마침내 경부고속철도 노선을 충북경유로 변경.확정하였으니, 이것이 2010년 11우러 1일 역사적인 KTX 오소역이 탄생하는 단초가 되었다.

또한 1993년 8월, 정부의 호남고속철도(KTX) 건설계획이 발표되자 도민들은 오송역을 분기역으로 하기 위해 1995년 11월 호남고속철도기점역오송유치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록, 부위원장 최병준·한장훈)를 발족하고, 박종호.신방웅.황희연.박병호 교수 등을 중심으로 국가철도망 X축 논리를 개발하여 호남고속철도 오송역 유치의 당위성을 주장하였다.

그럼에도 2000년 1월, 제4차 국토종합계획에서 오송역이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에서 제외되자, 도·시군의회가 앞장서 오송분기역 유치 분위기를 확산하고, 2004년 7월 재편된 호남고속절도분기역오송(청주)유치추진위원회(공동대표 이상훈·김범추·박노동·유재기·이도영, 상업부위원장 박연식)와 이원중 충북도지사, 홍재행.이용희 국회의원을 비롯한 도내 국회의원, 시장.군수 그리고 각급 시민사회단체.학계.언론계 등 전 도민들이 다함께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유치 범도민운동을 적극 전개하였다. 한편 도민들은 오송역을 중심으로 국가철도망 X축 구축의 필요성과 국가균형발전의 논리를 내세워 호남권.강원권 주민들을 설득하고 청와대·정부·정치권 등에 적극 건의한 끝에 2005년 6월 30일, 드디어 노무현 참여정부가 오송역을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으로 최종 결정하였다. 이로써 2005년 4월 2일, 오송역이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으로 재탄생하기에 이르렀다.

경부고속철도 오송역과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의 유치는 도민 모두가 총화단결하여 장장 16년(완전개통 시까지는 26년)에 결쳐 투쟁한 땀과 눈물과 열정의 산물이자 충북현대사에 길이 빛날 역사적 쾌거이며, 태산준령을 수없이 넘나든 역경과 승리의 드라마요, 충북의 가장 값진 미래자산이다.

앞으로 오송역은 신수도권의 관문역을 넘어 국가철도망 X축의 중심지가 되고 더 나아가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를 타고 세계로 뻗어가는 영충호 시대,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의 시발역이 될 것이다.

이에 미래천년의 신화를 창조한 경부고속전철본선역충북권유치추진위원회 및 호남고속철도분기역오송(청주)유치추진위원회를 비롯한 당시 충북도민들의 숭고한 애향정신과 승리의 영광을 대대로 계승하고 이들의 전설적 영웅담을 영원히 기리고자 여기 기념비를 세운다.


호남고속철도개통 1주년을 기념하여 161만 충북도민이 함께 세우다.

2016. 6. 13 충청북도




다음으로 오송역 근처를 한 바퀴 걸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근 농협 건물을 한 번 보는 것을 시작으로, 인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듯한 좁은 골목길다운 곳들을 걸으면서 풀 냄새 드리우는 허허벌판의 정겨움을 느꼈다. 그러던 중 길이 끊겨버렸다는 점에서 굉장히 놀라웠다. 보행자 통행금지 표지판을 두 군데에서나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애써 무시한 채 발길을 이어 나갈 때 ‘불만‘이라는 키워드는 생각보다 더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또한 전현우 작가님이 의도한 디테일일까.



그렇게 역으로 다시 돌아와서 우리는 BRT를 탔다. 전날 세종시에 사는 지인 덕분에 오송역에 대한 정보를 조금 숙지했다. 예를 들면, BRT가 바로타의 이니셜이라는 것과 총 5개의 노선이 있다는 것, 이걸 타면 곧바로 세종시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 등이었다. 여태껏 길을 걸으며 여러 참여자분과 조금씩 말을 섞었기 때문에, “바로타를 BRT라고 하는 거래요!”라며 아는 체해볼 수 있었다. 보조로서 나름의 톡톡한 존재감을 드러내 보려 했다. 재미있다는 반응이 돌아와서 다행이었다. 단순한 사실을 전달하는 데에 불과했지만.



미리 들어둔 대로, BRT는 전용차선이 있어서 절대로 멈출 일이 없었다. 필요한 경우 터널로 혹은 고가도로로 가게 돼서 신호등을 마주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도로에 BRT 전용 차로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 신기한 동네라고 생각했다.


세종시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현우 님과 함께하는 테이블에서는 여전히 이번 프로그램의 주제인 오송역에 대하여 그리고 조금 더 주제를 확장해 교통에 대한 이슈에 대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이달에 독일 49유로 티켓이 엄청난 이슈로 떠올랐던지라, 어떻게 보면 빠질 수 없는 대화 소재였는지 모른다.

그 이후로 둘러본 세종은 오송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일단 또 한 번 세종시의 농협 건물을 보게 됐다. 오송에서 본 것과 확실히 규모가 달랐다. 후기 작성을 위해 지난 여정을 돌아보니, 동선상에서 이를 짚어나간 것 또한 작가님의 큰 그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다.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내가 이 행사를 맡기로 결정됐을 때쯤 현우 님의 엄청난 꼼꼼함에 대해서 들은 바 있었다. 그 때문에 이는 어쩌면 타당한 추측일 수도 있다.



행정적으로 확실하게 계획 및 구상됐던 구역인 만큼 여느 신도시보다도 굉장히 반듯하게 구획되어 있다는 게 이곳 전체에 대한 나의 감상이었다. 세종호수공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곳까지 둘러본 뒤에 더위를 식히고 본격적인 북토크를 하기 위해 공원 근처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게 됐다.


참가자들은 열띤 대화를 이어갔다. 이 중 세종시에 거주하는 분들이 여럿 계셨다. 또 공교롭게도 출판사에서 편집자 일을 하고 있는 분들도 계셨다. 이 책의 출판 과정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록 나는 좌충우돌의 인턴 생활에 치여 다른 분들과 달리 『오송역』을 읽은 뒤 참석할 수 있었던 상황이 아니었던지라 북토크 세션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할 수는 없었다. 그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대신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며 행사 보조 인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믿고 있다. 이동 중간중간에도 무언가를 계속 알려주려 했을 정도로 현우 님은 굉장히 열렬한 세심함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답변 과정에서 현우 님이 제공하는 추가적인 정보를 통해 프로그램 참여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중 #연담도시란 키워드가 등장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연담도시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도시들의 시가지가 연결되어 있는 지역. 단순한 도시의 집합이 아니라 대도시를 중심으로 기능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도시이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북토크의 마무리는 역시 친필 사인이 되겠다. 현우 님의 악필을 우려한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 또한 예술의 영역으로 간주하여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한 분 한 분에게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남겨드리고자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 흔적이 글씨에 묻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까지 악필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LH 행복도시 세종홍보관에 도착했다. 이것이 정말 마지막 일정이었다. 아주 알찬 구성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운영 마감인 오후 6시를 30분 정도 앞두고 무사히 도착해 전시관을 구경했다. 모델을 보며 오송과 세종의 위치가 어떠한지, 우리가 타고 왔던 BRT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등 전반적인 구조를 살펴보며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어떠한 것이 불만의 요소가 될지는 독자였던 참가자들이 알아서 해석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모두가 2만 보 정도 걸었던 장장 7시간 반의 여정 가운데 모두들 최고기온 28도보다도 더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이들은 때때로 자유롭게 발언하고 다른 목소리를 안아주고 있었다. 한 명이 전부를 이끌어가는 모양새만 아니었다. 

굉장히 기억에 오래 남을 첫 출장기가 될 것이다.



여정이 끝나고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본 후기 확인 작업에 기꺼이 응해주신 전현우 회원님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


#과학을시민의품으로


ESC 진행 (예정)행사 (참여하면 넓어지는 과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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