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창조과학을 위한 변명 #1] 젊은 지구와 홍수

크프우프크(Kfwfk)
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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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을 위한 변명 #1] 젊은 지구와 홍수


창조과학(또는 과학적 창조론)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의 정체성을 몇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창조과학에는 중심축이 되는 두 개의 주장이 있습니다.  바로 '젊은 지구 창조론(Young Earth Creationism, YEC)''홍수지질학(Flood Geology)'이 그것입니다.


젊은 지구 창조론은 우주가 기독교 성경의 창세기에 기록된 순서 그대로 7일 만에 창조되었으며, 이 창조가 수천 년에서 수만 년 전의 가까운 과거에 일어났다는 이론입니다. (왜 시점이 특정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서술되어 있는지는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홍수지질학은 노아의 홍수가 실재했던 사건이며, 현재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모든 지층, 지형, 화석이 과거에 있었던 단 한 번의 격변으로 인해 생겨났다는 이론입니다.


두 이론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물으면 젊은 지구 창조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홍수지질학은 젊은 지구 창조론이 진실이라고 전제했을 때 일어나는 문제(지질학적 증거들에 대한 설명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창조과학자들이 이런 일견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는 근거는 성경, 특히 창세기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에 있습니다. 이른바 '축자영감설''성경무오설'이죠. 또 낯선 용어가 나왔으니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축자영감설은 성경의 내용이 일점한획까지 모두 신의 영감을 받아쓴 것이라는 주장이고, 성경무오설은 성경에 오류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 있는 '신앙고백문'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씌여진 것이며,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를 가지며, 또한 무오한 진리임을 믿는다." 창조과학자들은 창세기가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과학적 사실을 담고 있으며, 성경을 주관에 따라 '해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총 10 문장으로 이루어진 신앙고백문에서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성경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축자영감설, 성경무오설과 같은 이런 요소들은 창조과학의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닙니다. 요컨대 어떤 과학자가 이 세 가지 요소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바로 창조과학의 주장에 동의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창조과학자들 스스로가 하는 주장입니다. 성경을 '있는 그대로' 읽으면 젊은 지구 창조론과 홍수지질학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죠. 그런데 어떤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읽는다는 게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창조과학자들은 정말로 성경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읽고 있을까요?


창조과학의 역사만 보아도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에 의구심이 듭니다. 성경의 무오성을 믿음으로써 창조과학이 자연스럽게 따라나온다면, 기독교가 탄생한 이래로 성경을 맹신했던 수많은 이들이 창조과학의 주장들을 외쳐왔어야 합니다. 하지만 젊은 지구 창조론과 홍수지질학은 현대에 들어와서 만들어진 이론입니다. 과학사학자 토머스 딕슨은 『과학과 종교(Science and Religion)』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학적 창조론의 다양한 형태들과 지적설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중세 시대로의 회귀'로 묘사하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역사에 대한 오해다. 이 운동들은 20세기와 21세기 미국의 산물이다."


여기서 창조과학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창조과학은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 종파인 안식교의 창시자이자 예언자인 엘렌 화이트의 주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안식교인이자 아마추어 지질학자였던 조지 맥크리디 프라이스가 1923년에 출간한 『The New Geology』의 영향을 받아 존 휘트컴과 헨리 모리스가 1961년에 출간한 『The Genesis Flood』는 미국에서 창조과학운동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즉, 창조과학의 역사는 채 100년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창조과학의 역사에 대해서는 로널드 L. 넘버스의 『The Creationists: From scientific Creationism to Intelligent Design』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국내에는 『창조론자들』이라는 제목으로 2016년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창조과학에 별 관심이 없어도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벽돌)책입니다.)


@ 창조과학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이 책을 참고문헌 목록 1번에 올리고 시작합니다.


성경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곧 창조과학에 대한 수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성경과 과학이 맺는 다양한 관계의 스펙트럼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 연재 글에 사실과 다른 점이 있거나 창조과학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 또는 ojunjang@gmail.com으로 알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크프우프크(Kfwfk): 공대를 졸업했고, 출판사에서 과학책 편집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이상한 사람을 볼 때마다 다가가서 말을 거는 상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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