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전]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제임스 글릭 저/양병찬, 김민수 역)

202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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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제임스 글릭 저/양병찬, 김민수 역 | 동아시아 


진정한 과학은 혼란과 의문이고, 야망과 갈망이며
안개 속을 지나는 행진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이 뭔가?” 베테가 물었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파인먼이 말했다. “그저 재미있지 않나요?”
“재미있네.” 베테가 동의했다. 파인먼은 이제부터 하고자 하는 것은 재미있게 노는 것이라 그에게 말했다.


[파인먼의 위대한 강의]

리처드 파인먼은 뛰어난 교육자였다. 물리학을 하는 방법 중에 제1원리란 것이 있는데 “기본 물리법칙과 상수 및 입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만으로 물질의 모든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계산하는 방법”을 뜻한다. 리처드 파인먼은 어떤 문제를 만나더라도 제1원리로 해결하길 원했고, 학생들 역시 이 원리로 과학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물리학을 가르쳤다. 책은 세 번의 기념할 만한 강의를 기록했다. 첫째로 파인먼이 교수가 된 직후 맡은 코넬 대학원의 〈기초 수리물리학〉 강의다(362쪽). 파인먼은 맨해튼 프로젝트의 경험을 토대로 ‘유용한 것과 교과서적 단순 지식’을 구분하여 학생들을 가르쳤다. 관습을 타파하려 했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물리학적 직관을 기르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애썼다. 무엇을 배제할지 파악하게 했으며, 스스로 익힌 계산 요령들을 소개했다. 또 학생들이 계산의 굴레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필요한 정확도를 지정해주었다. 파인먼은 첫 강의부터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물리학과와 수학과의 젊은 교수들까지 모두 매료시켰다.

둘째로 비공식 강의인 〈물리학 X〉 세미나다(652쪽). 파인먼은 교수가 된 후 약 20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학부생들을 모아 즉흥 수업을 진행했다. 과학과 관련된 궁금증이라면 무엇이든 질문할 수 있었고, 파인먼은 즉흥적으로 대답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이 세미나에 참여한 학생들은 마치 속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현인을 만난 경험을 했다고 소회했다. 형식은 물리학 강의였지만 파인먼이 이 수업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는 ‘진정한 이해란 일종의 명확성을 의미한다’였다. 즉, 이해했다면 단순한 언어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셋째로 불혹을 넘긴 파인먼이 캘테크에서 1학년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2년짜리 〈기초 물리학〉 강의다(586쪽). 교육자 파인먼 남긴 위대한 업적으로, 파인먼 덕분에 18~19세기에 매몰된 기존의 물리학 강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책으로 출판되어 지금까지도 기초 물리학 강의에 교재로 쓰인다. 이 강의는 파인먼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파인먼은 지금까지 받아들인 물리학 지식을 재정립하길 원했다. 마치 지도를 그리듯 파인먼의 머릿속에서 물리학은 표류하고 있던 힘과 물질들의 길을 잇고 방향을 찾았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에 대한 지식, 곧 자신의 지식과 과학계의 지식을 방대하게 정리한 사람은 뉴턴 이래 단 한 명도 없었다. 파인먼이 인류에게 남긴 위대한 유산이다.

[파인먼의 평범한 삶]

책은 평범한 파인먼 역시 꼼꼼히 기록했다. 유년 시절 동네에서 라디오 수리공으로 이름을 떨쳤으며, 자기 방에서 구두약을 녹여 암실을 만들려다가 불을 낼 뻔한 적도 있다. 해변을 뛰어다니며 ‘모래와 바위는 다른가?’ ‘바닷물이 출렁이는 것이 파도인데, 공기가 출렁이는 현상은 바람일까?’와 같은 자연을 향한 근본적인 의문도 품곤 했다. 특히 아버지 멜빌 파인먼과의 에피소드는 리처드 파인먼이 세상을 보는 시선이 어떻게 정립되었는지에 대해 잘 설명한다. (“그러니까 아빠 말은, 저 새를 관찰하고 새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자는 거야.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거든.”_53쪽,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고 하고, 가만히 서 있는 물체는 네가 세게 떠밀지 않는 한 계속 서 있으려고 한다’는 거야. 이런 성질을 관성이라고 하지만, 어째서 그런지는 아무도 몰라.”_54쪽) 과학자들, 특히 과학을 배우는 학생들이라면 파인먼의 유년 시절을 통해 매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얻을 것이다.

파인먼의 삶에서 사랑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첫사랑 ‘알린 그린바움’과의 슬픈 사랑이야기, 사별 후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문란하고 방탕했던 카사노바의 삶, 제네바 호숫가에서 만난 마지막 사랑 궤네스 하워스까지. 책은 파인먼은 순애보 같은 모습도, 카사노바로 살 수밖에 없었던 비극도, 아이를 사랑하고 가족을 지키는 한 가정의 가장의 모습도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 특히 파인먼의 사후에 발견된 첫사랑 알린을 향한 편지는 사랑조차 열렬히 임했던 파인먼의 모습을 절절하게 기록하고 있다(368쪽).

파인먼의 마지막 순간은 어땠을까. 책은 파인먼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고 기념한다. 1978년 10월, 1981년 9월에 발병한 암으로 각각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투병의 순간에도 파인먼은 양자색역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몰입했으며,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냈다.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과학자로 살았던 리처드 파인먼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자.

제임스 글릭의 ‘역사를 바꿀 천재를 찾아서’

“파인먼은 그 세대에서 가장 독창적인 정신의 소유자였다.”
_프리먼 다이슨


현대 물리학을 지탱하는 두 기둥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다. 그렇기에 20세기 물리학의 양대 산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리처드 파인먼’이다. 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거시적 세계를, 양자역학과 전자기학을 통합하는 이론을 완성한 리처드 파인먼은 미시적 세계를 확장시켰다. 우리는 두 사람을 소위 ‘천재’라 부른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임스 글릭은 책을 저술하는 내내 관찰자의 시선으로 리처드 파인먼을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고, 기록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했다. 하지만 파인먼의 천재성을 이야기하는 순간이 되자, 자신의 의견을 과감하게 피력했다(510쪽).

제임스 글릭은 천재라는 말의 현대적 의미에서부터 시작한다. 과거의 문헌에서 찾은 “천재성이란 이전에는 결코 없었던 것을 만들어내는 신과 같은 능력”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천재라 불릴 수 있는 필요조건을 제시한다. 나아가 과거에 천재라 불렸던 사람들의 천재성을 냉정하게 평가하며 문학, 음악, 미술, 건축, 스포츠까지 시야를 넓혀 천재라 불렸던 사람들을 재평가한다. 그 과정에서 특별한 천재성은 어떻게 발휘되는지와, 현재에는 어째서 과거보다 천재들이 드물게 등장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찾는다. 글릭의 냉정한 평가 끝에 남은 특별한 천재(과학 분야 한정)는 고전 물리법칙의 뉴턴, 불확정성 원리의 하이젠베르크, 대륙이동설의 베게너, 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 그리고 파인먼이다.

제임스 글릭은 천재라는 특별함을 두고 이렇게 썼다. “천재는 역사를 바꾼다.” 하지만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과학은 개별적인 발견이 아니라 우연하고 중복된 다수의 발견에 관한 역사다.” 한 명의 천재도 필요하지만, 그를 검증하는 사람들에 의해 쓰이는 것이 역사라고 말한다(541쪽). 노벨상을 받고도 한참이 지난 어느 날, 파인먼은 질문이 가득 쓰인 통의 편지를 받았다. “만약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지 않았다면?” “하이젠베르크가 S행렬을 창안하지 않았더라면?”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지 않았다면?” 온갖 가정법으로 가득한 편지를 읽고 난 후 파인먼은 이렇게 답했다. “저는 항상 이와 같은 질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필요할 때 창조됩니다. 우린 서로가 상대방보다 월등히 똑똑한 건 아니거든요.” 천재에 의해서든, 다수에 의해서든 과학은 언제나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제임스 글릭 역시 파인먼과 같은 생각이었다. 단 한 가지, 파인먼이 역사를 바꾼 천재라는 사실만 제외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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